너, 그 생명의 일렁임

너, 그 생명의 일렁임
우리 안의 하나님 나라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지에 가득한 생명의 일렁임을 나눕니다. 더불어 가난한 자들, 억울한 자들, 공평과 정의의 시스템에 속하지 못한 자들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지난 1월 표창원씨의 강연으로 따로 또 같이, 함께 했던 신학 유학생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정의는 때때로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온다”는 그의 울림에 공명하는 사이에 이곳 GTU도 봄 학기가 시작되고 각자의 학업 계획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순절과 함께 시작된 3월도 4월을 향해가고 있고요.  

2. 유학을 준비하면서 지원한 학교의 입학허가서만큼이나 감격스런인 순간은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았을 때였습니다. 비자 스탬프가 마치 하나님이 함께 하심의 증명인 양 기뻐하며 감사하던 경험은 이 편지를 올리는 이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비자와 관련된 크고 작은 간증들을 하나씩은 간직하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유학 생활은 예상치 못한 삶의 변수들로 원래의 목적을 잊은 채 삶에 매몰되기 일쑤였던 것 같습니다. 거칠게 말해서 어렵게 공부해서 학위를 따도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 부르심을 받은 자/보냄을 받은 자라는 자기 정체성 사이에서 선택이 늘 고민이요, 문제였습니다.

3. 다행히, 우리의 고민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종교(인)가 이 세계에 자리잡고 있는 한, 늘 있어 왔던 세계(사회)와의 긴장과 불화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종교가 이 세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이 세계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바로 ‘종교의 비극’ (로버트 벨라)이라는 거지요. 다만 현실의 한계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비극적 운명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돌파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때, 비극은 생명으로 이어지고, 이 세계에 초월의 빛을 드러내 왔음을 성서가, 교회사가, 한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믿음이라는 영원의 빛에 비추어 우리의 삶을 돌아 보게 하는 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다시 기억해 냅니다. 우리를 택하고 부르신 뜻은 우리와 함께 하실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그 분의 초대말입니다. 더욱이 그리스도의 고난과 희생,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사순절 순례의 여정에는 삼일절과 4.19혁명 기념일이 이웃하고 있습니다.

5.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한국 땅에 전해진 이래로 평화를 향한 갈망은 믿음의 선배들의 눈물과 기도, 순교자들이 흘린 피와 함께 했습니다. 빛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에 기독교는 예수의 빛에 의지하여 일렁이는 생명의 빛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조선 개항을 둘러싼 서구 제국주의와 일본 식민주의의 지배, 남과 북의 대립과 전쟁, 냉전체제, 군사 독재와 정권유지를 위한 이념적 낙인찍기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백성과 민중과 시민의 열망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공의가 필요한 ‘가난한 자’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6. 사순절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성 금요일이 올해는 4월 18일입니다. 시차 상, 미국에서 성금요일을 지낼 때 한국에서는 이미 4월 19일이 되고요. 성 금요일과 4.19라는 의미있는 숫자에 착안하여 GTU에서 공부하는 한 학우가 제안한 것이  신학 유학생 공동기도문을 만들어 성 금요일에 예배를 드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신학 유학생 한 명 한 명이 기도문을 SNS, 이메일, 구글 행아웃 등을 통해 작성하여 성 금요일을 전후로 발표하는 것으로 발전되었습니다. 

7. 기도의 고전적 정의처럼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이 기도라면, 현장의 어느 목사님의 고백처럼 기도 못지 않게 현실을 헤쳐나갈 힘도 필요함을 인정하고 우리가 부딪치는 현실과 경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기도라면, 시편 기자들이 삶의 자리마다 올린 찬양과 탄원과 고백과 간구가 기도라면, 우리의 기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기도는 어떤 것인지 나누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너와 나의 기도 속에서 일렁이는 생명 (요 10:10)을, 우리 가운데 있다는 하나님의 나라(눅 17:21)를, 그 초월의 세계를 드러내는 데 여러분을 초대 합니다. 

김진연 (Graduate Theological Un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