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의 소리

자비하신 주님, 십자가를 무심히 대하며 살아왔던 날들을 반성합니다. 우리의 무심함과 이기심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우리 안으로 구부러진 속사람을 곧게 펴 주시옵소서. 빛 없는 나락을 향해 속절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조국의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우리의 방관과 침묵을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주님, 우리 조국의 그늘과 아픔을 함께 아파합니다. 고통 당하는 세계, 신음하는 자연과 함께 신음합니다. 초점 잃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있을 우리 이웃들과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오늘 우리의 조국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의 추위 속에 있는 것 처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민주화, 평화, 통일은 마치 이상주의자들이나 하는 말처럼 우리 삶과 동떨어져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주님,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평화와 절대 다수는 불행한 평화는 거짓 평화라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빈들의 소리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추위가 가시고 봄 기운이 만연한 이 아름다운 계절, 우리의 생활과 믿음에도 봄 길을 예비하는 목련처럼 십자가의 꽃봉오리가 피어올라 우리가 경험한 용서와 사랑으로, 지친 이웃들에게 위로와 힘을 부여하며 살 수 있게 하여주시옵소서. 희망이 없던 불모의 땅에서 민족의 해방과 민주화의 봄을 꿈꾸고 노래했던 우리 선각자들의 얼과 민족의 생명력은 약자에게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영의 도우심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비록 우리의 기도의 응답이 더딜찌라도, 농부가 봄 농사 채비를 시작하듯, 우리도 절망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희망을 심게하시옵소서. 나눔의 평화, 모두가 고귀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민주화, 이념적 편가르기와 두려움이 없는 통일을 우리의 조국에서 우리 모두가 경험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평화의 구도자, 희망의 전도자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평화, 우리의 희망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남중, Drew Theological School, Drew University